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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2.29 사막의 우물
  2. 2017.11.21 어떤 후회
  3. 2017.10.20 171020
  4. 2017.09.20 170920
  5. 2017.09.16 아름답다는 것은...
  6. 2017.09.15 욕망은 언제나... 도드리
  7. 2017.09.14 그림자 감추기
  8. 2017.09.14 비열한 정의
  9. 2017.09.13 백번씩 죽었다가 백한번씩 살아나는
  10. 2017.09.13 .

사막의 우물

2020. 2. 29. 22:17 from library

 

1. 

 

목숨을 걸고 사막을 횡단했을 때, 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어떤 진리에 다시 한 번 접근했지만 그것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나는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고, 절망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그러나

거의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 나는 평화를 찾았다. 

이런 순간에 우리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친구가 되는 것 같다.

우리가 에전에는 미처 몰랐던, 본질적인 욕구를 내적으로 채워주는 이런 충만감과

비교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목까지 모래에 파묻힌 채 누워, 나는 갈증으로 서서히 질식해 가고 있었다. 

밤하늘의 별이 망토처럼 펼쳐져 있던 그때 나에게 충만감이 얼마나 따뜻하게 밀려들어왔는지 

내가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사막은 척박하다.

사막에는 볼 것도 없고 귀 기울여 들을 것도 없다.

분명 사하라는 끝없이 펼쳐진 단조로운 모래사막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막을 사랑했다.

 

...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여인으로 인해 집 전체가 신비스러워 보일 수 있다. 

 

...

 

이제 사하라는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며, 우리 마음속에 나타난다.

사하라에 가까이 간다는 것, 그것은 오아시스를 찾아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딘가에 있을 우물을 보다 깊이

열성적으로 믿는다는 뜻이다.

 

2.

 

무엇이 중요한지 우리는 미리 계산할 수 없다.

인간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에서 항상 가장 아름다운 기쁨을 경험하게 된다.

 

진실한 사랑, 그것은 누군가와 만들게 될 관계의 그물이다. 

인간은 자신의 육체와 여러모로 연결되어 있다. 

인간은 육체의 옷을 입혀 주었고 씻겨 주었고 돌봐주었고 면도해 주었으며,

물과 음식을 주었다. 

그리고 인간은 이 가축과 자신을 동일시했다.

인간은 이 가축과 함께 괴로워했고 소리질렀으며 사랑했다. 그리고 이 가축에 대해

"이게 나야"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이런 자기 환상이 깨지고 만다. 

자신의 육체가 우습게 보이는 것이다. 육체는 하인으로 전락한다.

분노가 차오르고 사랑이 황홀경에 빠지면 이미 알고 있는 이 연대의 줄은 끊어지고 만다. 

 

...

 

육체가 몰락할 때, 비로소 본질적인 것이 나타나는 법이다.

인간은 수많은 인연의 매듭일 뿐이다. 

 

3.

 

세상의 모든 풍요는

많은 별들 사이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보였던 한 톨의 모래알 속에 깃들어 있었다.

 

 

 

 

 

Antoine de Saint-Exupé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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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후회

2017. 11. 21. 02:40 from Le Penseur



그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생을 되돌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되돌리기만 하면 지금보다 잘 '관리된' 여성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더 많은 사랑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강산이 변하도록 오래 끌어온 짝사랑 따위에 인생을 허비하지 않고


자신을 병들게 한 몇 개인가의 인연을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그녀의 상상 속에서,


지나온 과거 중에 가장 먼저 '수정'되는 것은 언제나 그녀를 떠나간 '어떤 사람'을 다시 살리는 일이다.


그가 자신의 죽음을 앞당기다못해 당장에 끝내버린 그 순간 이전으로 돌아가


비극의 씨앗을 파내는 것.


관심을 기울이고 따뜻한 말을 건네고 


지옥같았을 그 집구석에서 빼내오는 것. 


당시에 그녀는 너무도 어렸기에, 할 수 없었고 해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일들이었다.





그녀는 오늘도 연장된 그의 삶을 꿈꾼다. 


영영 그 나이에서 멈춰버린 그를 조금씩 상상속에서 늙게 만든다.


머지 않은 때에 그녀는 '그'의 나이를 넘게 되리라.


그러나 삶이 끊임없이 변하는 것과 달리 죽음은 영원하기에


그는 그녀의 일상에 묻혀 사라지거나 잊혀지지 않는다. 


영원히 부패하지 않는 그의 죽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수없이 번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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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20

2017. 10. 20. 02:43 from Le Penseur



십 년도 더 전부터 봐온 것 같은데... 나옹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단다. 


그가 어떻게 아이를 떠나보냈는지, 


눈물로 그렸을 그림을 보면서 나 역시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언젠가 


우리 애를 떠나보내야 할 때, 내가 그걸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너무도 막막하고


겁이 났다.


너무... 무서웠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정했을 때, 


녀석이 15년 이상 살 것을 상정하고 내가 몇살까지 이녀석과 함께 하게 될지를 계산해보았었다.


그 때, 숫자에 불과할 그 나이가 너무 리얼하게 다가왔고


함께 할 세월이 결코 짧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벌써 녀석이 네 살이다. 


시간은 무섭게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아픈 헤어짐에도 그는 모든 것에 감사한다고 한다.


아마 그럴 수 있는건 그 사람에게 후회가 적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최선을 다해 사랑했기에 자기자신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겠지.


껌딱지처럼 내 뒤만 쫓아다니며 일을 방해해대는 녀석이 솔직히 귀찮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조금 더 사랑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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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20

2017. 9. 20. 22:32 from Le Penseur





몇년 전에 쓴 일기들을 보면


절대로 지금의 감성으로는 쓸 수 없는 글이다




상당히 지쳐있다


무슨무슨 병에 걸리면 만성적으로 무기력해지고 피로를 쉽게 느낀다는 뉴스를 들을때마다
내 얘긴가 싶다


무언가를 생각했다가 그 다음날이나 다음주 즈음,
내가 뭘 생각하고 있었나를 다시 심각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
지금도 그러고 있는 중인데 며칠전에 떠올랐던 것이 지금은 뭐였는지 까마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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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는 것은...

2017. 9. 16. 21:29 from library



공자는 내용과 형식의 상호 맞물림을 문질빈빈(文質彬彬)이란 말로 표현했다. 이 빈빈의 미학 속에서 읽을 때 『주역』이 말하는 아름다움은 형식미도 아니고 내용미도 아니다. 그것은 내용의 맹목 속에 빛을 선물하는 형식적 유희와 형식적 왜곡에서 벗어난 내용적 함량운동 사이의 갈등과 타협이다. 아름답다는 것은 극단적인 것 사이에서 일어나는, 따라서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던 화해와 균형의 실현이다. (중략) 사실 아름다움보다 더 정치적인 것은 없다. 정치가 타협의 기술이라면 이상적인 타협은 아름다움 속에서 완성된다.

김상환, 대과(大過) 시대의 글쓰기

  
 
* 문질빈빈 ; 겉모양의 아름다움과 속내가 서로 잘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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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언제나... 도드리

2017. 9. 15. 02:10 from library





...가끔씩, 아주 가끔씩 그녀의 시선은 당신의 머리를 관통하여 저 먼 소실점에 다다르려 하는 것을 안다. 기차의 레일이 합쳐지는 지점 같은 것 말이다. 원근법의 논리적 종착점. 그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지점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당신은 쓸쓸해한다. 그 소실점에는 그녀가 가 닿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녀에게 욕망의 시작과 끝을 가르쳐준 사람이다. 욕망은 언제나 이론적 귀결을 가지고 있다. 불행한 것은 당신의 욕망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평행선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그들의 근거는 이렇다. 완벽한 평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어렸을 적 당신은 연탄가스를 마신 바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일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그전 기억이 없다. 깨끗할 정도로 말이다. 당신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다. 그러니 계속 나아갈 뿐이다. 가끔은 다시 한번 연탄가스를 마셨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다. 그런데 쉽지 않다.


 어쨌든 그때부터 당신은 혼자였다. 기억이 없는 자들의 운명은 그렇다. (...)



 그렇게 동아리방의 문을 열어젖힐 때, 당신이 보게 되는 건, 그처럼 되고 싶다, 고 되뇌이던 스무 살의 당신이다. 단발머리 동기의 시선을 질투하던 스무 살의 당신이다. 당신은 가끔 아주 멀리 왔다고 생각해왔는데도 말이다. (...)




김영하, 단편집 <호출> 중에서 '도드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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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감추기

2017. 9. 14. 20:30 from Le Penseur




머리끝부터 발가락의 때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 누군가가 없는 한
그림자 감추기는 계속 될 것 같다

그게 무엇이든
보여주고 들려주는 그 한가지마다
너의 약점이 되리라는
그런 무시무시한 진실 앞에
용기 같은 것은 온데간데 없다

가장 솔직했던 상대에게 철저히 버려졌다는 게
시간이 지나도 통 아물지 않는다
아마 평생가지 싶다

감추는 데 급급한 마음이
글을 쓸 수 있을까
살가죽까지 벗겨낼 기세로 알맹이만 쓰리라던 각오가
이것으로 비난받으면 정말 살아낼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되어
손끝이 무뎌진다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으리
그런 마음이 아니면 무엇도 써내기 힘든
이상한 글쟁이가 되고 만다

물론 쓸 때는
이 정도는 뭐 어떠랴
싶은 마음이다
읽으려면 읽어라 내 속을 너가 알아챈들 그게 뭐 두렵겠냐
그런 마음

그러나 자려고 이불 속에 들어가 누우면
초조해서 견딜 수 없다

맨들맨들한 알맹이가 알몸으로 벗겨져 있다는 생각에
그것을 감추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린다
후다닥 컴퓨터를 다시 켜고 글을 비공개로 돌린다
무언가를 하나씩 뱉어내는 족족
다시 몰래 삼켜야만 하는거다

결국 쓰는 것이 무용해지고 만다
무엇을 위해서 쓰는가
자기고백도 최소한 고백할 대상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내 편이라고 믿고 안심하다가
이내 그로 인해 상처받으리라는 생각에 두렵다
그리고 나는 이 두려움이 내 약점인 것을 들키는 것마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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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정의

2017. 9. 14. 00:41 from Le Penseur




예를 들자면,


너가 정의라고 믿고 있는 그것들의 비열함에 대하여


그것이 어째서 정의인 한 편, 비열함일 수 있는가를 증명하는


그런 소설




발이 푹푹 빠지는 진창속을 허우적대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있다면


아마도 그런 거겠지


내가 경험한 어둠을 너한테도 주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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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상념


불멸과,

그로인한 수치.


예기치 않은 죽음 뒤에도 글은 남는다

죽은 친구의 미니홈피에 남아있는 사소한 일상의 기록처럼

잊혀질 수는 있어도 소실될 수 없으리


후일

지상에 남겨둔 모든 것들이

나를 틀림없이 부끄럽게 만들 것을 알고 있다


결국 이짓은 문을 활짝 열고 벌이는 매춘 아니면 자위행위라고밖엔
달리 뭐라 이름붙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말이지
 
그래도뭐, 그럼어때서
라는 떠밈이 있으면 또 그럭저럭 하게 되는게 이 짓거리다
또다시
매일같이 백번씩 죽었다가 백한번씩 살아나는
이상한 전쟁터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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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13. 01:55 from 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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