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끝부터 발가락의 때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 누군가가 없는 한
그림자 감추기는 계속 될 것 같다
그게 무엇이든
보여주고 들려주는 그 한가지마다
너의 약점이 되리라는
그런 무시무시한 진실 앞에
용기 같은 것은 온데간데 없다
가장 솔직했던 상대에게 철저히 버려졌다는 게
시간이 지나도 통 아물지 않는다
아마 평생가지 싶다
감추는 데 급급한 마음이
글을 쓸 수 있을까
살가죽까지 벗겨낼 기세로 알맹이만 쓰리라던 각오가
이것으로 비난받으면 정말 살아낼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되어
손끝이 무뎌진다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으리
그런 마음이 아니면 무엇도 써내기 힘든
이상한 글쟁이가 되고 만다
물론 쓸 때는
이 정도는 뭐 어떠랴
싶은 마음이다
읽으려면 읽어라 내 속을 너가 알아챈들 그게 뭐 두렵겠냐
그런 마음
그러나 자려고 이불 속에 들어가 누우면
초조해서 견딜 수 없다
맨들맨들한 알맹이가 알몸으로 벗겨져 있다는 생각에
그것을 감추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린다
후다닥 컴퓨터를 다시 켜고 글을 비공개로 돌린다
무언가를 하나씩 뱉어내는 족족
다시 몰래 삼켜야만 하는거다
결국 쓰는 것이 무용해지고 만다
무엇을 위해서 쓰는가
자기고백도 최소한 고백할 대상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내 편이라고 믿고 안심하다가
이내 그로 인해 상처받으리라는 생각에 두렵다
그리고 나는 이 두려움이 내 약점인 것을 들키는 것마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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